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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잡사 주절주절

칠삭둥이 정치인의 좌절-인큐베이터로 돌아가야

<토론의 법칙>-쇼펜하우어, 원앤원북스

쇼펜하우어가 제시한 톤론의 기술 38가지는 다음과 같다. 이 출판사(원앤원북스)는 쇼펜하우어가 제시한 토론법을 알아보기 쉽게 잘 요약하고 뒤에 상세한 설명까지 덧붙여 두었다.

하지만 잘 읽어보면 이건 정상적인 토론을 위한 것이 절대 아니다. 상대의 감정에 호소하고, 그것을 자극하며, 나중엔 상대의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치들로 가득하다. 우리나라 정치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모습들인 것이다.

하나씩 볼까?

1장 강하게 공격하는 기술

1. 동기부여를 통해 의지에 호소한다
2. 자신이 누리고 있는 권위를 최대한 활용한다
3. 논증이 안된 내용을 기정사실화하여 전제로 삼는다
4. 자기에게 유리한 비유를 신속하게 선택한다
5. 불합리한 반대 주장을 함께 제시해 양자택일하게 한다
6. 내용이 없는 말을 심오하고 학술적인 말로 둔갑시킨다
7. 상대방의 대답을 근거로 자기 주장의 진실성을 확보한다
8. '예'라는 대답을 얻어낼 수 있는 질문을 던진다
9. 상대방을 화나게 만들어 올바른 판단을 방해한다
10. 말싸움을 걸어 무리한 주장을 하도록 유도한다
11. 뜻밖의 화를 낸다면 그 부분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12. 상대방의 침묵은 곧 상대방의 약점이다

자신의 권위를 최대한 활용해 기선제압을 하고, 논증이 안 된 설익은(엉터리) 정보를 전제로 삼아 상대를 교란시킨다. 상대가 전문가라면 이런 방법은 안 먹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일반 대중이라면 잘 먹힌다. 선거 때라면 얼마든지 가능한 방법인 것이다.

6번의 내용이 없는 말을 심오하고 학술적인 것인 양 둔갑시키는 것도 그렇고, 상대방을 화나게 하여 올바른 판단을 방해하는 것도 치졸하지만 자주 써먹는 방법들이다. 일부러 말싸움을 걸기도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경우에도 쉽게 싸움을 걸 수 있다.

"왜 말을 못하세요? 네? 자신이 없다는 표시 아닙니까? 제 말에 무슨 이의가 있으면 말을 해보세요. 이 정도에 말을 못할 정도로 논리가 없으신 겁니까?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다음으로, 슬슬 눈치를 봐가면서 더 강하게 반격(공격)을 한다.

2장 더 강하게 반격하는 기술
13. 상대방의 주장을 최대한 넓게 해석해 과장한다
14. 동음이의어를 이용해 교묘하게 반박한다
15. 상대적 주장을 절대적 주장으로 바꿔 해석한다
16. 전문지식이 부족한 청중들을 이용해 반박한다
17. 상대방의 말과 행동이 모순되는 지점을 찾는다
18. 상대방의 논거를 역이용해 반격한다
19. 단 하나의 반증사례만으로 상대방을 제압한다
20. 사안을 일반화하여 보편적인 관점에서 반박한다
21. 상대방의 주장을 이미 반박된 범주 속에 집어넣는다
22. 틀린 증거를 빌미삼아 정당한 명제까지도 반박한다
23. 상대방의 궤변에는 궤변으로 맞선다


동음이의어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단 하나의 반증 사례만으로도 상대방의 정당한 주장까지 전부 엮어서 반박한다. 틀린 증거를 빌미삼아 물귀신처럼 붙잡고 늘어지는가 하면, 상대가 궤변으로 나오면 더한 궤변으로 맞받아친다.

이기기 위해서는 추잡하든 야비하든 가리지 않는다.

3장 결론을 이끌어내는 기술
24. 상대방이 자신의 결론을 미리 예측하지 못하게 한다
25. 결론을 이끌어내는 질문은 두서없이 한다
26. 참 전제가 안 통하면 거짓 전제로 결론을 도출한다
27. 거짓추론과 왜곡을 통해 억지 결론을 끌어낸다
28. 근거가 되지 않는 답변마저도 결론의 근거로 삼는다
29. 개별 사인의 시인을 보편적 진리에 대한 시인으로 간주한다
30. 몇 가지 전제들에 대한 시인만으로도 얼른 결론을 내린다

4장 위기에서 탈출하는 기술
31. 반격당한 부분을 세밀하게 구분해 위기를 모면한다
32. 상황이 불리하다 싶으면 재빨리 쟁점을 바꾼다
33. 상대방에게 유리한 논거는 순환논법이라고 몰아붙인다
34. 질 것 같으면 진지한 태도로 갑자기 딴소리를 한다
35. 반론할 게 없으면 무슨 소린지 못 알아듣겠다고 말한다
36. 이론상으로는 맞지만 실제론 틀리다고 억지를 쓴다
37. 불합리한 주장을 증명하기 힘들면 아리송한 명제를 던진다
38. 인신공격은 최후의 수단이다

에필로그 - 논쟁적 토론술이란 무엇인가?

상황이 불리하다 싶으면 재빨리 쟁점을 바꿔버리고, 질 것 갑으면 엉뚱한 소리 해대고, 도대체 뭔 소리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툴툴거리고 억지도 부리고, 뭔 소린지 자기도 모를 소리를 하면서, 최후의 수단으로 인신공격 서슴지 않는다.

갈 데까지 가는 거다. 거짓말이고 뭐고 간에 그래도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이 워낙 많다보니, 이런 막가파식 말빨(토론)이 수시로 모습을 드러낸다. 대통령 선거까지 이런 식으로 이루어지니,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쇼펜하우어가 이런 이야길 공공연하게 꺼낸 것은 이런 토론술을 구사하는 사람들의 꼼수에 사람들이 놀아나지 않게 되기를 바란 것이다. 상대를 알아야 그의 꼼수에 말려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는 747정책(연평균 7% 경제성장, 국민소득 4만 불 달성, 세계 7대 경제대국 달성)이라는 장밋빛 꿈에 홀려 한 꼼수 정치인을 뽑았다. 하지만 그는 칠삭둥이 정치인에 불과했다. 그는 정치판의 꼼수는 배웠을지 몰라도 정통 정치에 관해서는 백치나 다름 없다. 정치 판도를 읽을 줄도 모르고, 국민들을 대할 줄도 모르며, 어떻게 일을 추진하는지에 대해서도 모른다.

아직 인큐베이터에 있어야 할 함량 미달의 정권이 설치고 있으니 나라꼴이 엉망이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끔찍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