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부정부패 그 멸망에 이른 역사》 박성수, 규장각
그런데 요즘 IMF 때보다 더 경제상황이 나쁘다고들 한다. 경제성장을 장담하던 이들은 자꾸만 뒷걸음질 치고 이것저것 내놓는 정책마다 혼선을 빚기 일쑤다. 무능보다 부패가 낫다던 그들도 그다지 능력이 있어 뵈지 않는다.
게다가 정권을 되찾으니까 차떼기당의 본성도 슬슬 살아나는 모양이다. 공천으로 한바탕 소란을 일으키더니 그새 돈봉투를 돌리려다가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그 뿐만 아니다. 이런저런 의혹을 이유로 청문회에서 부적격 판정을 내렸던 인물에게 억지로 임명장을 넘겨주었다. 무능과 부패를 다 드러내 어쩌자는 셈일까.
대원군은 재야생활을 통해 부정부패의 원인을 알고 있었다. “호남의 아전, 평양의 기생, 충청도의 양반”이 나라의 세 가지 큰 폐단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집권하자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러나 그것은 말뿐, 대원군 자신이 뇌물을 챙겼고 매관매직을 일삼았다.
흔히들 국난의 원인은 내우와 외한으로 구분한다. 하지만 내우와 외환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내우가 외환을 부르기 마련이라는 것. 다시 말해 대한제국을 망하게 한 것과 IMF 사태는 내우가 있었기에 발생한 것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가.
저자는 임시처방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보다 부정부패의 뿌리를 뽑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국가경영에서 단방약이란 있을 수 없다. 나라 전체가 부정부패로 온통 썩어 가는데 암행어사를 출두시킨다고 되겠는가. 탐관오리를 처벌해야 할 어사마저 절집에서 띵가띵가 놀며 부패해지고 말았다. 청백리를 길러내는 교육기관도 부정행위와 부정출석 등으로 빛을 잃어갔고, 나라의 인재를 등용하는 과거제도도 온갖 부정부패로 몰락하고 말았다.
과거의 잘못을 알고 그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상식이다. 위만 부패한 나라도, 아래만 부패한 나라도 없다. 부정부패가 없는 깨끗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선 모두가 깨끗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인선이나 총선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다시 걱정이 된다. 어떤 이는 “차떼기 말고 이젠 어떤 신종기법이 나오려나?” 대놓고 빈정대기도 한다.
실수는 지금까지 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렇지 않은가?
/하아무(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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