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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무

섹스산업-"나라를 사창가로 만드는 것"

미국 중심 신자유주의가 섹스산업 가속화
《글로벌 섹스》 데니스 올트먼, 이소출판사

제목만 보고 “낚였다”고 생각하는 독자가 분명 있을 것이다. 맞다, 낚였다. 원제는 《섹슈얼리티의 세계화(The Globalization of Sexuality)》지만 낚시질-시쳇말로 팔아먹기 위해 《글로벌 섹스》로 바꿔치기 했다는 혐의를 붙여도 할 말 없게 생겼다. 그래서일까, 혐의를 부인하듯 ‘섹스의 세계화, 침실의 정치학’이란 부제가 함께 붙어 있다. 이른바 세계화 시대에 섹스 혹은 섹스산업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의미를 추적한 책이다. 그러니 섹스에 호기심을 보인 독자라면 일찌감치 ‘입질’를 그만 두어도 좋다.

섹스가 현대 자본주의와 가장 광범위하게 연결되어 있는 분야임은 주지의 사실. 더욱이 글로벌 경제시대에 섹스는 그 어떤 부문보다 더 다양하게 상업화・상품화 되었음은 모두가 피부로 느끼고 있는 일임에 틀림없다. 가장 개인적이고 사적인 문제로 치부되어온 섹스가 실제로는 글로벌 정치경제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음을 이 책은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저자 올트먼은 동성애자 인권운동가로 널리 알려진 호주의 한 대학 정치학 교수다. 그는 에이즈와 아동 성학대, 포르노, 매매춘, 동성애 등 성의 거의 모든 부문이 세계화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고 말한다. 프란츠 파농이 일찍이 그의 책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에서 “서구 부르주아 관광객들 덕분에 국내 부르주아들이 퇴폐주의로 향하는 길은 훨씬 쉬울 것이다.…이것들이 실로 이 나라를 유럽의 사창가로 만들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 그대로 현실화된 셈이다.

섹스의 상업화에 가속도를 붙게 한 것은 테크놀로지의 발달이다. 위성 텔레비전은 세계의 오지에서도 쉽게 보고 따라 배울 수 있도록 부추겼다. 에이즈가 급속도로 확산되자 그것을 핑계로 보수주의자들은 일부일처제의 당위성을 역설하며 정치적 지평을 넓혀갔다. 그리고 에이즈에 감염되지 않은 농촌 출신이나 나이가 더 어린 매춘부를 찾아 나서기도 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왔다.

섹스 관광의 세계화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이나 동남아 등 해외여행 붐을 타고 확산되어, 심지어는 수학여행에 나선 학생들까지 매춘부를 찾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과거 섹스 관광 대상국에서 수요국이 되었으니 그만큼 나아진 것이라 자부심을 가져야 할 것인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단순히 그들 개인의 사적인 문제로 넘기기에는 문제가 너무나 커져 버렸다. 근본적인 원인을 두고 백날 떠들어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다. 올트먼이 제기한 바대로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 비판’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하아무(소설가)

글로벌 섹스(섹스의 세계화 침실의 정치학) 상세보기
데니스 올트먼 지음 | 이소출판사 펴냄
프란츠 파농에서 섀론 스톤까지 흥미롭고 다양한 지식들로 풀어낸 섹스의 세계화, 침실의 정치학. 이 책은 글로벌 경제 시대에 몸의 쾌락이 어떻게 틀 잡히고 상업화, 상품화되는지를 살펴보면서 개인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 사이의 경계가 얼마나 불분명했는지, 그에 따른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새롭게 조명한다. 또한 사이버 섹스의 급속한 확대를 둘러싼 세부적인 사실에서 성의 상품화가 사회적 최약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