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전철> 김명수/바보새
얼마 전, 우편으로 책 한 권을 받았습니다.
김명수 시인의 동시집 <마지막 전철>이었습니다.
일찍이 선생의 <월식>과 <하급반 교과서>로 시의 참맛을 느끼며 살아온 저로서는 너무나도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선생의 시 <월식>은 1986년, 제가 대학 2학년 때 좋아하던 시 가운데 한 편입니다.
달 그늘에 잠긴
비인 마을의 잠
사나이 하나가 지나갔다
붉게 물들어
발자욱 성큼
성큼
남겨 놓은 채
개는 다시 짖지 않았다
목이 쉬어 짖어대던
외로운 개
그 뒤로 누님은
말이 없었다
달이
커다랗게
불끈 솟은 달이
슬슬 마을을 가려주던 저녁
이번 동시집 해설에서 문학평론가 김태현 교수는 "윤동주는 동심을 지닌 사람이야말로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존재임을 우리에게 일찍이 알려주었는데, 그의 이미지와 김명수 시인의 이미지는 이 지점에서도 하나가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대의 어둠과 역사적 풍랑을 노래할 때도 결코 맑고 고운 말을 버리지 않았던 시인의 시혼은 이제 아동문학을 향해 눈부신 개화를 보인다"고 평했다.
"연약해 보이지만 매우 강인한 꽃이 패랭이꽃이라고 할 때 이 꽃이야말로 김명수 시에 잘 어울리는 꽃"을 노래한 시 <패랭이꽃>을 감상해 본다.
패랭이꽃은
우리나라 카네이션꽃
여름철 산기슭
풀밭에
곱게 핀다.
패랭이꽃은
우리나라 카네이션꽃
카네이션보다
작고
파리하고
연약하고 여린 꽃
어버이날 우리가
어머니 가슴에
붉은 카네이션을
달아드리지만
패랭이꽃은, 패랭이꽃은
어버이날에도
잊혀져버리는 꽃
그러나 여름이면
살기슭 풀밭에
선연하게 피어나는
패랭이꽃은
여리지만 강인한
우리 엄마들 같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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