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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저들은 "한낱 돌멩이와 다를 바 없다"-박경리

 

오랜만에 블로그에 시 한 편을 올린다.

쓰고 있는 글이 있어 박경리 선생 별세 후에 나온 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를 뒤적이다가 눈에 띈 시 한 편.

시적 가치나 낭송의 묘미 같은 것보다도
요 며칠 종부세 위헌 판결을 비롯한 일련의 뉴스들을 보면서
사람, 혹은 사람의 됨됨이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

평생 밖에 잘 나오지 않으시면서도
온갖 억측과 소문에 시달렸던 선생의 소회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선생의 시를 읽으면서
최근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는 사람들을 떠올리는 건 지나친 비약일까?

가난하다고
다 인색한 것은 아니다
부자라고
모두가 후한 것도 아니다
그것은
사람의 됨됨이에 따라 다르다

후함으로 하여
삶이 풍성해지고
인색함으로 하여
삶이 궁색해 보이기도 하는데
생명들은 어쨌거나
서로 나누며 소통하게 돼 있다
그렇게 아니하는 존재는
길가에 굴러 있는
한낱 돌멩이와 다를 바 없다

<중략>

사람 됨됨이에 따라
사는 세상도 달라진다
후한 사람은 늘 성취감을 맛보지만
인색한 사람은 먹어도 늘 배가 고프다
천국과 지옥의 차이다

-박경리, 시 <사람의 됨됨이> 중에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소통을 거부하고 있는 위정자들,
그들은 정녕 '길가에 굴러 있는 한낱 돌멩이와 다를 바 없다.'

다른 시 한 편을 더 보자.

마음이 욕망으로 일그러졌을 때
진실은 눈멀고
해와 달이 없는 벌판
세상은 캄캄해질 것이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욕망
무간지옥이 따로 있는가
권세와 명리와 재물을 쫓는 자
세상은 그래서 피비린내가 난다

-박경리, 시 <사람의 됨됨이> 중에서


청명한 가을,
대한민국에는 지금
피비린내가 난다. 진동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