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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우린 어머니의 땀과 눈물을 먹고 산다-서정홍 시인

<닳지 않는 손> 서정홍 동시집, 우리교육

 

어머니를 생각하면...

어머니는 오늘도 일을 하러 나가셨습니다.
일손이 부족한 시골 비닐하우스 같은 데서 과일을 따거나 선별하는 일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환갑도 지난 분이 이제 그만 쉬시라"고 해도 도대체 쉬는 법이 없습니다.
집에서 놀면 뭐하냐고 놀기 삼아 하는 거라고 웃으십니다.

"이제 아들딸들 모두 그럭저럭 살만 하니까 제발..."이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으십니다.
전에는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다고 하시더니, 우리가 자꾸 말리니까 이제는 아프다고 하시지도 않습니다.
그저 참고 계신 듯합니다.
시골 있지 말고 아들 집에 와 계시라는 말은 들은 척도 않으십니다.

그렇게 사부작사부작 번 돈으로 수의를 사 두셨답니다.
그렇게 번 돈으로 손자들 오면 용돈하라고 1, 2만 원씩 쥐어주십니다.
그렇게 번 돈으로 김치 담그고 간장, 된장, 고추장 담가 아들딸들에게 보냅니다.
그래서 우리집 냉장고에는 어머니가 보내주신 반찬들로 빼곡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아직도 어머니의 노동을 먹고 삽니다.
그렇게 우리는 어머니의 땀과 눈물을 먹고 삽니다.
그렇게 우리는 어머니의 마음을 먹고 삽니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제 얘기는 이만하고, 오늘의 시를 읊어보겠습니다.

얼마 전, 그러니까 7월 11일 서정홍 시인의 동시집 <닳지 않는 손
> 출판기념회에 갔다왔습니다.
기념회 내내 저는 동시집 맨 앞에 나와 있는 <어머니>라는 시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흥겨운 자리였는데, 어쩐지 저는 그 시만 보이더군요.

어머니

서정홍

어머니는
연속극을 보다가도 울고
뉴스 듣다가도 울고
책을 읽다가도 울고

내가 말을 잘 안 듣고
애먹일 때도 울고
시집간 정숙이 이모가 보낸
편지를 읽다가 울고
혼자 사는 갓골 할머니
많이 아프다고 울고

그러나
어머니 때문에는
울지 않습니다.

이런 시도 좋습니다.

닳지 않는 손

서정홍

날마다 논밭에서 일하는
아버지, 어머니 손.

무슨 물건이든
쓰면 쓸수록
닳고 작아지는 법인데
일하는 손은 왜 닳지 않을까요?

(중략)

나무보다 쇠보다 강한
아버지, 어머니 손.

이렇게 무더운 날에도 일을 하고 계실 어머니 생각을 자꾸만 나게 하는 동시집입니다.
읽으면 일을수록 내가 참 못난 불효자임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집입니다.
참, 보면 볼수록 얄밉고 못된 동시집입니다.

그런데 평론가는 이렇게 얘기하는군요.
"서정홍 선생이 쓴 시를 보면 농사를 짓거나 시를 쓰는 일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김제곤, 어린이 문학 평론가)
닳지 않는 손 상세보기
서정홍 지음 | 우리교육 펴냄
서정홍 시인의 동시집. 표제시「닿지 않는 손」은 농사일을 하는 부모님의 고마움을 표현한 동시이다.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맑고 곱게 바라보는 시적 화자의 감성이 아이들의 마음에 콕 와닿을 것이다. 특히 이야기 들려주는 듯한 시적 표현은 아이들로 하여금 동시에 푹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적인 요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