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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하

"왜 하필 아저씨 이름이 맥도날드야?"

좋은 채소는 좋은 이웃
『맥도널드 아저씨의 아파트 농장』, 쥬디 바레트, 미래 M&B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은 고사리가 나올 무렵이면 몸이 근질거린다고 한다.
산에 고사리를 꺾으러 가야 직성이 풀린다나.
또 한 번씩 푸성귀를 실컷 먹어줘야 몸이 개운하다고 한다.

 


생명을 키우는 손, 죽이는 손

이런 것을 보면 몸이 자라면서 자연에 익숙하게 길들여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연에 익숙한 사람들은 무엇을 보면 기르기도 잘 한다.
조그마한 땅이라도 있으면 뭔가 심어서 꼬물꼬물 자라는 것을 보고 즐거워한다.
그러니 이들의 심성은 절대 악할 수 없다.

『맥도널드 아저씨의 아파트 농장』에 나오는 아저씨도 그런 분이다.
아내가 기르는 토마토가 나무 그늘에 가려져 시들시들하자 나무를 베어버린다.
그 자리에 토마토를 옮겨 심는다.

 


아파트 정원에는 정원수 대신 콩과 무, 배추를 심어 버린다.

또 사람들이 이사 가고 난 텅 빈 아파트에 흙을 깔고 고구마, 당근, 양배추를 심는다.
이들은 사람들처럼 집에 자국을 남기거나, 발자국을 남겨 청소를 시키지도 않고 난방을 조절하라고 문을 두드리지도 않는다.
아파트 관리인이었던 맥도널드 아저씨에겐 사람들보다 채소가 훨씬 좋은 이웃이었던 것이다.

1층엔 젖소, 2층엔 옥수수, 3층엔 사과나무...

맥도널드 아저씨는 결국 아파트를 농장으로 만들어버렸다.
1층에는 젖소를 기르고, 2층에는 옥수수를 기르고, 3층에는 사과나무를 심었다.
옷장에는 버섯을 키우고, 욕조에는 오이를 키우고, 서랍장은 닭들이 알을 품도록 만들어 주었다.

아파트 농장, 잠시 상상으로 떠올려 보아도 유쾌하다.
아침마다 101동 201호에 가서 우유를 얻어오고, 301호에 가서 달걀을 사오는 거다.
502호에서 갓 따온 신선한 오이를 껍질째 우걱우걱 먹어댈 수 있다.

물론 현실에서야 집 천장에서 물이 새고, 벽 틈이 갈라지고, 냄새가 진동을 하겠지만 아파트에 농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즐거움을 준다.
도시 속에 농촌이 들어와 있고, 아파트 속에 농장이 들어와 있고, 사각의 네모난 막힌 틀 안에 꼬물꼬물 생명들이 기똥차게 자라나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을 바꾸자 모든 것이 변하는데...

맥도널드 아저씨는 아파트 주인에게 쫓겨날 뻔하지만 아파트 주인이 생각을 바꿈으로써 채소가게 아저씨로 남아있게 된다.
채소를 팔아 세를 낼 수 있으니 아저씨의 역할은 그대로인 것이다.
단지 사람들이 잘 살도록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채소들이나 가축들이 잘 살도록 관리를 하게 된 것이다.

아저씨는 생명을 살리는 능력이 있는 분이다.
사람들이 채소라는 좋은 이웃을 얻어 잘 살 수 있도록 길러주는 분이다.
자라나는 것들은 잘 자라게 해 주는 맥도널드 아저씨는 우리가 익숙한 햄버거 가게의 주인 이름과 똑같다.
그러나 본질은 다르다. 여기에 작가의 의도가 숨어 있는 건 아닐까.

/한양하/

맥도널드 아저씨의 아파트 농장 상세보기
쥬디 바레트 지음 | 미래아이(미래M&B) 펴냄
유아를 위한 그림동화인 도시 한복판에 생긴 특별한 농장 이야기. 4층짜리 아파트 관리인 맥도널드 아저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햇빛을 받지 못해 시들시들해져 버린 어린 토마토를 본 맥도널드 아저씨는 가엾은 토마토를 싱싱하게 자라게 하기 위해 창문을 가리고 있는 나무 울타리를 모조리 베어 버리고, 텅 빈 그 자리에 토마토, 완두콩, 무 등의 채소를 심는 것은 물론 세들어 살던 사람이 떠난 빈집에도 갖가지 채소들을 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