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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뺨치는 우리 옛이야기

말복-봉이 김선달이 개고기 훔쳐먹은 이바구

개를 잡아먹었다면 애견가들이나 동물보호단체 사람들은 펄쩍 뛸 일이다.
허나 아직도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개고기를 즐겨 먹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개고기 관련 책은 많다

옆에서들 펄쩍 뛰니까, 또 먼나라 어느 여배우가 비난하니까 더 눈에 띄게 먹으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은 8일, 말복이다.
이런저런 계모임이나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개 잡았다, 한 잔 하러 오니라"고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개고기를 잘 먹지 않는다.
개고기 먹는 걸 반대해서는 아니다. 오랜 우리 풍습이라는데 나는 동의한다.
그러면서도 먹고 나면 아랫배가 살살 아파오는 증세 때문에 안 먹는 것일 뿐이다.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는 경우나, 단체 행동일 경우 함께 가서 몇 점 먹는 시늉은 한다.

개고기 식용에 관한 옛이야기도 많다.

그 중 한 토막.

봉이 김선달 개고기를 훔쳐먹다

대동강물을 팔아먹은 사건(!)으로 유명한 봉이 김선달이 개고기를 훔쳐먹었다는 이바구 한 자락.

김선달이 길을 가다가 어느 주막에 들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이런 책


간단한 저녁을 먹고 피곤한 김에 드러누워 잠을 잤다.
무더워서인지 주막에 손님이라곤 김선달과 땡중이 전부였다.
한참 자다가도 한여름이라 열대야(!)와 또 모기와 한참 악전고투하고 있을 때였다.

"쩝쩝쩝, 거 소금 이리 좀 줘봐봐."
"주긴 뭘 줘요. 팔만 조금 뻗으면 될 걸 가지고, 쩝쩝쩝..."
"이 망할노무 여편네가 콱! 소금 안 줘?"
"에그그, 손님들 깨겠수. 좀 조용히 하래두..."

그날이 말복이어서인지 주막집 부부가 개를 잡아 먹고 있는 것이었다.
조용히 한다고 해도 쩝쩝 거리는 소리와 말소리가 그대로 다 들렸다.
'설마 저렇게 소리내어 먹으면서 좀 먹어보라고 안 하겠어? 곧 부를 테지.'
김선달은 기대하면서 조용히 군침을 삼켰다.
땡중은 고기를 먹지 않으니 부르지 않더라도 자기는 부를 것이라 철썩같이 믿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어따, 배부르다. 인제 고만 먹고 잘 넣어 두라고."
"아, 배부르니까 좋네. 낼 또 먹어야지."
배를 두들긴 두 사람은 김선달을 부르기는 커녕, 나머지 고기를 찬간에 넣어두는 게 아닌가.

그리고는 배부른 김에 낭창하게 밤일(!)까지 요란하게 치르고 코를 드르릉거리며 잤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이런 책도...


'하, 요런 고약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이를 어쩐다?'
옆에서는 땡중이 먼길을 왔는지 깨지도 않고 잘 자고 있었다.
드디어 김선달은 결심이 선듯 살그머니 일어나 찬간으로 향했다.

김선달은 개고기와 깨소금, 그리고 술까지 찾아내어 홀로 대작하기 시작했다.
한 잔 먹고 고기를 듬뿍 뜯어 깨소금에 찍어 입에 넣자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하, 요렇게 고소하고 입에 착착 감기는 것이, 맛깔지고 삼삼하면서도 훈감한 개고기 맛은 난생 처음이로고. 아마도 이게 서리해 먹는 맛이기 때문일 터.'

드디어 김선달은 개고기를 다 먹고 일어섰다.
그리고 개고기를 조금 남겨 자고 있던 중의 손에 쥐어주고 입에 깨소금을 발라 두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성불헙시우.'
김선달은 속으로 외며 땡중을 향해 합장을 했다.
그리고 잠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또 있다.


"에그, 이게 어데로 갔담. 하나도 없네, 없어졌어."
다음날 아침에 일어난 주모는 찬간을 열어보고 소리를 쳤다.
사내도 무슨 일인지 보고는 즉시 주변을 찾아보다가 손님방으로 뛰어들어갔다.
"찾았다! 도둑노무 새끼를 찾았어!"
사내는 자고 있던 땡중의 멱살을 잡더니 다짜고짜 뺨을 서너 차례 때렸다.

"아니, 주인장. 대체 왜 이러시오? 무슨 일인지 말로 하시오, 말로."
중이 허우적거리자 사내는 더 사납게 주먹을 휘둘렀다.
"뭐? 말로 하라고? 이노무 시키야, 지금 그런 말이 나오냐? 손에 개고기를 들고서, 응?"
그때까지도 땡중은 목탁을 거머쥐기라도 한듯이 개고기를 손에 쥐고 있었던 것이었다.
"에그그, 이게 뭐야? 이게 왜 내 손에..."

그러나 그럴수록 사내는 더 우악스럽게 중을 때리고 발길질했다.
"뭐, 이새끼야? 그게 왜 니 손에 있냐고? 누가 그 따위 수작에 넘어갈 것 같으냐? 어림 없어, 임마."
땡중은 아무리 아니라고,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해도 사내는 막무가내였다.

"아함, 아침부터 왜이리 소란하담. 잠도 못자게시리..."

사용자 삽입 이미지찾아보면 더 많다


김선달은 그제야 깬 듯이 기지개를 켜고 투덜거렸다.
그러다가 둘 사이에 슬쩍 끼어들어 말리는 체했다.
"이보시오, 주인장.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스님을 그렇게 패면 되나. 스님이 고기 맛을 못본 지 오래되어 한순간에 판단력을 상실한 것 같은데, 그쯤해두고 그냥 개고기 값을 치르게 하면 될 일 아닌가. 그러니 그만 때리시게."

이렇게 해서 사내를 뜯어 말렸다.
결국 땡중은 시주해서 얻은 돈이며 곡물을 개고기 값으로 몽땅 물고 사내로부터 풀려날 수 있었다.
그리고 헤어지면서 김선달을 향해 고맙다며 합장을 했다.
 "아이구, 선달님 때문에 맞아 죽을 뻔한 제가 살아났습니다요.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나무관세음보살..."

김선달과 마주앉아 막걸리 한 잔 하면 어떨까? 개고기 안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