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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무

구정물 같은 이 나라 떠날 수 없는 이유-<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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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파 도련님(국민)과 위선자 교장(위정자)
『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인디북

<이 글을 쓰기 위해 다시 『도련님』을 읽는 동안 자꾸만 다른 장면들이 겹쳐졌다.
그 혼란스러웠던 책읽기의 과정을 기록한다.>

그들의 실체를 알게 되고
무모하고 단순하지만 의리파인 주인공 도련님(국민)은 너구리 교장과 빨강셔츠 교감(정부)이 자신보다 교육(경제)을 더 잘 알고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차츰 세상물정을 알아가면서 주인공(국민)은 그들(정부)의 실체를 알게 된다.

온통 추악한 이기주의자들
오직 자신의 안위만을 추구하는 너구리 교장,
겉으로는 친절하지만 교묘하게 계략을 꾸미고 자기 의견과 맞지 않는 사람을 곤경에 빠트리는 빨강셔츠 교감,
그의 추종자이자 아첨꾼 알랑쇠 미술선생,
한없이 사람은 좋지만 무능한 끝물 영어선생 등 학교는 온통 추악한 이기주의자들로 가득차 있다.
(지금 정부의 무능과 부패는 저 교무실을 충분히 능가한다).

교묘한 언변에 놀아나 갈팡질팡대고
솔직 담백하지만 상황판단이 느린 주인공(국민)은 처음에 빨강셔츠(정부 각료)의 교묘한 언변에 놀아나 갈팡질팡댄다.
그 와중에 자기 목소리가 분명하고 역시 정의파인 멧돼지 수학선생을 오해하기도 한다.
그리고 끝물선생(농민들)과 결혼을 약속한 약혼녀(쌀직불금)를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빨강셔츠 교감(일부 공무원들)이 용의주도한 말솜씨로 가로채는 것을 목도한다.

'논리정연한 말주변=좋은 사람' 아니다
그러면서 주인공은 서서히 자각하게 된다.
“논리정연하다고 해서(좋게 말한다고) 좋은 사람이란 법은 없다. 돈과 권력, 말주변으로 사람 마음을 살 수 있다면 고리대금업자나 순경, 대학교수가 사람들의 호감을 가장 많이 사야 한다. …사람은 좋고 싫음의 감정에 움직이는 존재이지, 말솜씨(장밋빛 공약이나 정책)로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선생 부도덕 하면 교육 될 리가 없지
선생(정부)들이 부도덕하니 교육(경제)인들 제대로 될 리가 없다.
학생들(기업인)은 말썽만 부리고 말을 듣지 않고(자기들 이익만 챙기고), 끊임없이 장난치고 싸움질을 일삼는다.
그래도 교사(정부)들은 학생들(기업인)에게 끌려다니고(불법 경제인 사면), 오히려 살살 달래려고만 하며(종합부동산세 완화), 감싸려고까지 한다(건설업체 지원).
빨강셔츠(정부)는 반대로 정의감에 불타는 주인공과 멧돼지 수학선생(민주․개혁․진보세력)을 골탕먹이기 위해 (보수적인)신문기사를 이용, 학교에서 쫓아낸다(탄압).

저들은 주인공이 아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선생들(정부)이 아니다.
일본 문학의 세익스피어라고 일컬어지는 소세키가 대미를 그렇게 엉터리로 장식할 리 없다.
우리의 주인공인 도련님(국민)은 절대로 기죽거나 불의에 굴복하지 않고, 빨강셔츠와 알랑쇠(부패하고 위선적인 정부)를 혼내준다.

우리는 구정물 떠날 수 없다
하지만, 그뿐이다.
부패한 사회를 향한 천진난만한 투쟁은 교무실(사회) 전체를 바꿔내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한다.
그들의 투쟁은 그 “구정물 같은 고장을 떠”나는 것으로 끝난다.

(반면, 우리는 이 나라가 아무리 구정물 같아도 떠날 수 없다.
소설은 끝나도 우리의 삶은 끝나지 않았기에, 그것은 이제 우리의 문제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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