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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뺨치는 우리 옛이야기

욕심, 그 끝은 어디? 파멸해야 끝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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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풍상을 이겨낸 고목이라도 뿌리가 썩으면 한순간에 쓰러질 수도 있다.

멈추어야 할 때 거기에서 멈추어라
중국의 옛이야기 중에 이런 것이 있다.
행색이 남루한 도인이 주막에서 술을 마시고 가려고 하자 주막 주인이 돈을 받지 않았다.
불쌍해 보였던 것이었다.
도인은 기꺼워하며 주막 우물물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술로 만들었다.
주막 주인은 이를 팔아 큰 부자가 되었다.

훗날 도인이 다시 이 주막을 지날 때, 주인의 아내가 그를 알아보고 안으로 맞아들였다.
그리고는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술맛은 천하 제일이라 모든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그런데 술찌끼가 나오지 않아 돼지를 먹일 수 없는 게 단점이지요. 오신 김에 술찌끼도 나올 수 있게 해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요.”
도인은 크게 실망하여 우물을 다시 예전처럼 바꿔버리고 떠났다.

무한정 커져만 가는 욕망은 오히려 화를 부르는 법이다.
“항상 만족하라, 그러면 욕을 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멈추어야 할 때 거기에서 멈추어라, 그러면 수모를 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명심보감에 나오는 말이다. 반드시 명심해 두어야할 말이다.
옛이야기 중에는 멈출 줄 모르는 욕망 때문에 패가하고 망신당하는 예가 많이 나온다.
그만큼 그런 사례가 많고, 알면서도 지키기 어렵다는 말일 터이다.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 한 토막.

옛날에 가난한 나무꾼이 살았다.
나무를 해다 장에 팔아 돈이 생기면 술을 마시거나 도박을 일삼으니 돈이 모일 리가 없었다.
아내가 잔소리를 해서 일을 하러 내보내면 매번 그러니, 식구들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 날도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도끼와 지게를 가지고 느릿느릿 산으로 향했다.
“아이고, 힘들어. 일이고 뭐고, 어디 한숨 푹 잘만한 데가 없나?”

그러다가 양지바르고 편평해서 쉬기 좋은 곳을 발견했다.
나무꾼이 거기에 누우려고 보니 부채 두 개가 놓여 있는데 하나는 빨갛고 하나는 파란색이었다.
그것은 이 산의 산신령이 이곳에서 놀다가 깜박 잊고 놓아둔 것이었다.
“이게 웬 부채람?”
나무꾼은 요리조리 살피다가 벌렁 드러누워 빨간 부채로 부채질을 했다.
“어허, 시원하다.”
산신령이 놀다갈 정도로 편안한 곳에다가 부채질을 설렁설렁 하니 잠이 솔솔 쏟아졌다.

"이크, 이게 뭐야!"
한참 자다 일어난 나무꾼은 얼굴에 무언가 붙은 느낌이 들어 만져보았다.
“이크, 이게 뭐야!”
코가 석자나 길어진 것이었다.
당황한 나무꾼은 만져보고 꼬집어보고 흔들어보았지만 분명히 자기 코였다.
어쩌다 코가 이렇게 길어졌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알 수가 없었다.
“이래 가지고 어떻게 살아간단 말인가.”
속이 타들어가고 삐질삐질 땀이 흘렀다.

나무꾼은 다시 부채질을 했는데, 이번에는 파란 부채였다.
“이를 어쩌나, 이를 어째. 이래가지고 내려가면 아마 괴물이라고 놀림을 받고 동네에서도 쫓겨날 거야.”
답답한 김에 팔랑팔랑 부채질을 더욱 세게 했는데, 조금 지나자 무언가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나무꾼이 다시 코를 만져보았더니 아까보다 반이나 코가 줄어들어 있지 않은가.
“아하, 그러니까 이게……요술부채로구나. 맞아, 아까는 빨간 부채를 썼고 지금 이건 파란 부채가 아닌가. 그러니까 빨간 부채는 코가 길어지게 하고 파란 부채는 반대로…….”
나무꾼은 몇 번이나 코를 늘였다 줄였다 하며 궁리했다.

"아하, 그렇게 하면 돈을 왕창..."
“그렇지, 이 부채를 가지고 최부자 영감한테 가서…….”
최부자는 인근에서 가장 큰 부자였다.
최부자는 무엇이든지 생기면 생기는 대로 다 챙겨 넣고 뭐든지 한 번 손에 쥐면 놓치지를 않았다.
제 것은 물론이고 남이 쓰다가 버리는 것이라도 주어들고 갔다.
이렇게 아끼고 절약하며 성실하게 살아왔으니 재산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나무꾼은 그 최부자의 재산을 빼낼 생각이었다.
나무꾼은 도끼와 지게를 버리고 부채만 들고 산을 내려왔다.

얼마 후, 최부자 영감의 환갑 잔칫날이 되었다.
평소에 이웃의 인심을 얻어온 최부자였기에 많은 사람들이 와 축하해주었다.
“경하드립니다.”
나무꾼도 빨간 부채만 하나 들고 잔칫집에 갔다.
“이거 변변치 않지만 아주 귀한 부채입니다. 무병장수를 이루게 해준다고 해서 저희 집안에서 소중하게 보관해왔지요.”
“허허, 그렇게 귀한 것을 선물로 내놓아서 되겠는가?”
“그간 어른께서 이웃을 위해 주신 것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요.”
나무꾼은 빨간 부채가 어떤 요술을 부리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상에, 이를 어째..."
그로부터 이틀 후, 최부자의 집은 발칵 뒤집혔다.
“이런 변고가 있나. 세상에, 이를 어째.”
나무꾼의 예상대로 최부자의 코는 코끼리 코처럼 길게 늘어나 흉측하게 변해버린 것이었다.
코만 늘어난 게 아니라 그 충격 때문에 속을 끓이다 몸져눕고 말았다.
인근의 유명하다는 의원뿐만 아니라 어의를 하다 퇴임한 사람까지 불러다 보였다.
그러나 모두들 고개만 가로 젔고 돌아갔다.

최부자는 길어진 코를 고쳐주는 사람에게 돈 만 냥을 준다는 소문을 내었고, 그래도 안 되어 급기야는 재산의 절반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
수많은 의원들이 왔다가 돌아가는 것까지 확인한 나무꾼은 느지막이 최부잣집으로 갔다.
“아니, 나라 안의 용하다는 의원들이 못 고친다는 병을 자네가 어떻게 하겠나?”
“아닙니다. 아주 오래 전, 저희 조상 가운데 이름난 의원이 있었는데 그 분이 남기신 비방이 있습니다.”
나무꾼은 거짓말로 꾸며댔다.

최부자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나무꾼을 불러들였다.
안방으로 들어간 나무꾼은 우선 방 주위에 아무도 얼씬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리고는 최부자에게 눈을 꼭 감고 뜨지 못하도록 지시했다.
방 한 구석에 놓여 있던 빨간 부채를 챙기고 슬그머니 가지고 온 파란 부채를 꺼내었다.
“자, 이제 마음을 편히 가지십시오.”
나무꾼이 코를 쓱쓱 문지르며 최부자 몰래 파란 부채를 살살 흔들자 코가 점점 줄어들었다.
최부자는 어린애처럼 기뻐했다.

초가집에 살다가 기와집으로
이 일로 나무꾼은 다 쓰러져가는 초가집에 살다가 큰 기와집에 살게 되었다.
그것뿐만 아니라 넓은 논과 밭도 생겼고, 머슴과 하인들이 모든 일을 척척 알아서 해주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술과 노름을 마음껏 할 수 있어 무엇보다 좋았다.
“더 편하게 살려면 이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해.”
나무꾼은 최부자보다 더 큰 부자가 되고 싶었다.
별의별 궁리를 다 하다가, 이 사람 저 사람 찾아다니면서 빨간 부채로 몰래 코를 키워 놓고 파란 부채로 고쳐 주면 되겠다 싶었다.
그렇게 많은 돈을 벌 생각을 하니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허허, 두고 봐라. 이제 온 나라 돈은 다 내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다 슬슬 한 가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코가 커지면 얼마나 커질까?”
기왕에 요술 부채로 돈을 벌 계획을 세웠으니 좀더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빨간 부채로 슬슬 부채질을 하니 코가 슬슬 길어졌다.
자꾸 부채질을 하니까 코가 지붕을 뚫고 하늘로 올라갔다.
“저까짓 지붕, 열 번 백 번이라도 고치지 뭐.”

"아니, 저게 도대체 무엇인고?"
머리 속에서 그려지던 돈이며 온갖 금은보화가 실제로 눈앞에 보이는 것 같았다.
나무꾼은 신이 나서 혼자 실성한 것처럼 히히덕거리며 부채질을 신나게 했다.
그러니 코가 점점 더 커져 뒷산보다 높아지고 구름만큼 높아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도무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나무꾼은 부채를 흔들어댔다.

“아니, 저게 도대체 무엇인고?”
그런데 나무꾼의 코가 하늘나라까지 올라갔는데, 하필이면 옥황상제가 앉은 용상 앞에서 불쑥 솟아올랐다.
옥황상제는 대신들과 나랏일을 의논하다 깜짝 놀랐다.
“여봐라, 누가 저런 무엄한 짓을 하는지 밝혀내어라.”
그러자 신하들이 달려들어 나무꾼의 코끝을 꽁꽁 묶어 기둥에 매달아 놓았다.

그 때 나무꾼은 코끝이 조이고 아파오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이쿠, 웬일이야. 그새 내 코가 하늘까지 올라갔구나. 왜 이리 아플까? 새가 쪼았나?”
안되겠다 싶어 파란 부채로 막 부채질을 했다.
그런데 코끝이 하늘나라 기둥에 묶여 있으니 코가 짧아지면서 몸뚱이가 코에 매달려 하늘로 점점 떠올라갔다.

"어랍쇼, 이게 어찌된 일인감?"
“어어, 이게 무슨 일이야?”
나무꾼은 지붕보다 높이, 그러다가 산만큼 높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아하, 하늘나라에서도 내 코가 뭔지 몰라 붙잡고 있는 모양이구나.
에라, 기왕에 이렇게 된 거 하늘나라 구경이나 해보자. 그러면서 자꾸 부채질을 했다.

그 때 하늘나라에서는 신하들이 옥황상제에게 아뢰었다.
“일전에 산신령 중 하나가 요술부채를 잃어버렸는데, 그걸 주운 인간이 멋모르고 한 짓인 것 같사옵니다.”
그러자 옥황상제가,
“허허, 그런 것을 얻었다면 신기하겠지. 이제 되었다. 그만 풀어주어라.”
관대하게 명을 내렸다.

신하들은 명이 떨어지자마자 코끝을 묶은 끈을 풀어주었다.
나무꾼은 신나게 하늘로 올라가 드디어 구름에 손이 닿을락말락 하는데, 그만 코끝을 잡아당기던 힘이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그 뒤의 일은 상상에 맡기겠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2MB 정부 들어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 줄을 잇고 있다.
종부세 완화를 비롯한 투기지역 해제, 재건축 완화, 전매제한 완화 등 후진적이고 독재적 발상의 정책들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그만둘 기세가 아니다.
오히려 "해야될 일은 욕을 먹더라도 의지를 가지고 추진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다.
명심보감에 "멈추어야 할 때 거기에서 멈추어라, 그러면 수모를 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라고 했던 걸 명심할 필요가 있다.
지금 멈추지 않으면 지금까지 먹었던 욕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 일이 오래지 않아 일어날 것만 같다.
꼭 끝장을 봐야, 꼭 파국을 맞이해야 멈출 것인가.
그것은 정부의 파국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에도 크나큰 쓰나미가 될 것임은 면약관화한 일.
정부는, 아니 대한민국은 지금 기로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