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꽃(연재2)요절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해... 방학이 되자 갑자기 고요가 찾아왔다. 낯설고 불안했다. ‘빵구'가 뻥뻥 난 성적을 부모님이 알게 될까봐 드는, 그런 불안은 아니었다. 한낮의 폭염처럼 건드리면 폭발해버릴 것만 같아서 스스로 밤의 어둠 속으로 숨어들었다. 머리도, 심장도, 고환마저 터져버리는 걸 막을 방법은 그것밖에 없어 보였다. 밤새 쌕쌕이를 보던 녀석들도, 폼잡고 담배를 물며 당구공을 꼬나보던 녀석들도, 설익은 시론과 문예사조를 읊어대던 녀석들도 모두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없었다. 게다가 진숙도 무슨 방송국의 구성작가로 취직해서 방학하기도 전에 떠나버린 터였다. 이상했던 것은, 그토록 서로를 탐했지만 그녀가 돌아보지 않고 가버린 것처럼 나 역시 미련이 남지 않았다는 거였다. 물론 성준 선배와의 연애도 끝나고 말았다. “나의 피도 그 격.. 더보기 이전 1 ··· 156 157 158 159 160 161 162 ··· 195 다음